'SW 왕국'.
인터넷 시장에 진출해 상당한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MS)를 이렇게 일컫는 것이 합당한지 모르겠다. 아니, MS가 IT 시장을 넘어 산업 전반으로 엄청난 영향력을 미친다는 점에서 'SW'라는 틀에 가두는 오류를 지적할 수도 있다.
그렇더라도 도스로 시작해 윈도로 컴퓨터 시장을 장악한 MS를 이보다 더 명쾌하게 규정하는 단어가 있을까. 그런 MS가 최근 경쟁사들의 강력한 견제를 받고 있다. 웹 브라우저 시장에서는 모질라재단의 파이어폭스에 이어 구글 크롬까지 MS 익스플로러의 목을 바짝 죄어가고 있다. 오피스 시장에서는 '구글 독스 앤 스프레드시트' 등 온라인 기반의 서비스들이
MS 오피스의 독점력을 흔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MS의 텃밭인 운영체제 시장에 HP가 뛰어들 것이라는 소문이 한때 나돌았다. 세계 2위 PC 회사인 델이 리눅스를 품어안으면서 윈도와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세계 1위 HP마저 탈 윈도 움직임을 보인다는 소식에 MS는 바짝 긴장하지 않을 수 없았다(결국 HP의 운영체제 개발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MS가 독점적 지위를 보유하고 있는 운영체제, 웹 브라우저, 오피스 소프트웨어가 모두 도전에 처하면서 'SW 왕국'에 균열이 감지되는 것은 나만의 착각일까?
글로벌 PC 1위 업체인 HP가 'MS 윈도'에 대항하는 새로운 운영체제 개발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델이 리눅스를 적극 지원하고 있는 가운데, HP마저 '탈(脫) 윈도' 가능성을 보이면서 MS 독점체제가 붕괴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이후 HP는 자체 운영체제 개발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12일(현지 시각) 비즈니스위크와 씨넷 등 외신에 따르면, HP는 MS 윈도를 대신할 수 있는 대중적인 운영체제 개발을 내부적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외신들은 업계 소식통을 인용, HP가 숙고하는 윈도 대항마가 리눅스 기반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HP의 이같은 움직임은 MS 윈도의 오랜 독점에 따른 염증과 함께 'MS 윈도보다 뛰어나다'고 평가받는 '맥 OS'로 자신들만의 시장을 키워가고 있는 애플로부터 자극을 받은 것이라고 소식통은 전했다.
이에 대해 HP의 필 맥키니 CTO는 HP가 자체 운영체제 개발을 검토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를 부인하지는 않았다. 다만 그는 "HP가 운영체제 개발을 위해 투자를 하는 것은 쉽지 않다"며 자체 운영체제 개발을 놓고 내부적으로 고민이 많음을 시사했다.
HP의 윈도 이탈 움직임이 단시간에 이뤄질 가능성은 낮지만 이같은 기류 자체가 MS로서는 부담스럽다. MS에게 HP는 해마다 5000만대의 PC에 윈도를 탑재해 판매하는 최대 고객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전 세계 2위 PC 업체인 델이 리눅스 판매 비중을 늘려가고 있으며, 인텔 또한 최근 수요가 늘어나는 넷북에서 리눅스 탑재를 지원하는 등 MS의 불안감은 커가고 있다.
시장 조사 기관인 넷애플리케이션의 8월 자료에 따르면, MS 윈도는 90.66%의 점유율로 맥 OS(7.86%)와 리눅스(0.93%)를 큰 격차로 따돌리고 있다. 그러나 MS 윈도가 전년 동기 대비 3.1% 포인트 떨어진 반면, 맥 OS는 1.68% 포인트 오르는 등 격차는 계속 줄어들고 있다.
'독점 붕괴'에 대한 MS의 우려는 비단 운영체제 뿐만이 아니다. 웹 브라우저 시장에서는 이미 금이 가기 시작했다.
8월 넷애플리케이션 자료에서 모질라재단의 파이어폭스는 점유율 19.73%로 20%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반면, MS 익스플로러는 72.15%를 기록, 2006년 12월 80%대가 붕괴된지 1년 8개월만에 70%대 붕괴를 우려해야 할 상황에 처했다.
지난 3일에는 구글이 '구글 크롬' 웹 브라우저를 출시하면서 시장은 더욱 복잡하게 얽혀가고 있다. 구글 크롬은 출시된지 24시간 만에 점유율 1.48%를 기록하는 기염을 토하면서 MS의 간담을 서늘케했다.
윈도 운영체제와 함께 MS의 캐시카우(cashcow)인 MS 오피스 프로그램도 상황이 녹록치 않기는 마찬가지다. 구글이 온라인에서 무료로 사용하는 '독스 앤 스프레드시트' 프로그램을 선보인 데 이어 소프트웨어를 온라인에서 빌려 쓰는 사스(SAAS, Software as a Service)’가 각광받으면서 패키지를 기반으로 한 MS의 경쟁력 약화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물론 이같은 일련의 변화가 매출 158억4000만 달러(4월~6월 기준)에 210억 달러의 어마어마한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 MS를 당장 위기로 몰아넣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웹 브라우저 시장에서 시작된 독점 균열이 운영체제와 오피스 프로그램 부문으로 확산되면서 'SW 왕국'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업계 관계자는 "MS가 야후를 인수하려는 등 인터넷 사업 부문을 강화하는 것도 미래 생존전략을 SW가 아닌 인터넷에서 찾는 증거"라면서 "MS 내부에서도 SW 독점 붕괴를 대비하는 전략에 고심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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