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올 상반기 실시예정이었던 인터넷전화(VoIP) 번호이동제도가 두어 달 늦춰진 데 이어 통신업계의 현안인 800MHz 로밍 도입 여부도 결정이 연말로 미뤄지는 등 방송과 통신정책을 아우르는 방송통신원회의 지나친 '신중함'이 도마 위에 올랐다.
방통위가 시급한 정책결정을 뒤로 미루는 바람에 사업자들이 전략 수립에 어려움을 겪는 등 주무부처로서 무책임하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방통위는 올 6월내 시행키로 했던 인터넷전화 번호이동제를 8월 이후로 연기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방통위는 인터넷전화의 긴급통화, 통화권이탈 등을 해결하기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사업자들은 7월 내 해결이 가능한 데다 사안 자체가 정부가 약속한 '상반기 시행'을 뒤집을 만큼 문제는 아니라고 맞서고 있다.
번호이동제의 7월 도입에 맞춰 100억원 이상을 투자한 LG데이콤과 한국케이블텔레콤(KCT) 등 인터넷전화 사업자들은 당초 4월 시행 예정이던 번호이동제가 6월로 연기된 데 이어 또 다시 미뤄지자 허탈해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사업은 시기가 중요한 데 정통부 시절의 약속을 방통위가 스스로 뒤집으면서 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기업 인터넷전화 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삼성네크웍스도 D그룹과 K그룹을 비롯, 인터넷전화 1000회선 정도를 공급할 수 있는 그룹사 서너 곳과 공급을 추진 중이지만 번호이동제가 미뤄지면서 계약을 완료하지 못하고 있다.
삼성네트웍스 관계자는 "국제전화를 많이 사용하는 기업들은 인터넷전화로 전환시 70% 요금 절감 효과가 있는 만큼 관심이 많지만 번호이동제 도입이 확정되지 않아 도입을 미루고 있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인터넷전화를 이미 사용하고 있는 소비자들도 피해가 커지고 있다. KCT 박용환 사장은 "KCT 인터넷전화 사용자의 90%는 번호이동제에 대비해 기존 집 전화번호를 함께 사용하느라 매달 5200원을 꼬박꼬박 내고 있다"면서 "인터넷전화 도입이 늦어지는 만큼 KCT 사용자들은 매달 5억원 이상의 추가 비용을 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SK텔레콤이 사용하고 있는 800MHz 주파수에 대한 LG텔레콤의 로밍 요구에 대해서도 방통위가 선택을 주저하면서 불만을 사고 있다.
방통위는 지난 7일 전체회의에서 로밍 도입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었으나 올 연말 전반적인 주파수 재배치 논의를 할 때 함께 결정하겠다며 또 다시 미뤘다. 업계 관계자는 "정통부 시절 올 6월까지 로밍 도입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는데, 또 다시 연말로 미뤄지면서 로밍 도입을 요구하는 측이나 반대하는 측이나 상당한 기간 쓸데없는 에너지를 낭비하게 됐다"고 불만을 터트렸다.
방통융합의 꽃으로 기대를 모으는 인터넷TV(IPTV)도 발목이 잡혀 있기는 마찬가지다. 지난달 27일 방통위가 IPTV법 시행령을 확정지으면서 이르면 올 10월부터 실시간 방송이 지원되는 IPTV를 즐길 수 있게 됐으나 정작 사업자들은 텔레마케팅(TM) 중단으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하나로텔레콤의 경우는 TM 중단 이후 월 3만여명의 가입자가 빠져나가는 등 오히려 뒷걸음질치고 있으며, KT의 메가TV도 기대만큼 가입자가 늘지 않아 고민이 깊어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방통위가 겉으로는 통신시장 활성화를 외치면서 관행으로 허용돼온 TM을 하루아침에 근절하는 등 정책의 일관성이 없다"며 "위원간 협의를 통해 정책결정을 내리는 방통위가 지나치게 신중해 타이밍을 놓치는 일도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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