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손으로 디지털 카메라를, 다른 손으로 프린터를 잡으면 디지털 카메라에 저장된 사진 데이터가 내 몸을 통해 프린터로 전송돼 인쇄된다. 노트북에 손을 얹은 채 MP3 플레이어를 가볍게 쥐면 노트북에 저장된 MP3 파일이 MP3 플레이어에서 재생된다."
이처럼 사람의 몸을 통해 데이터를 전송하는 '인체통신' 시대가 성큼 다가오고 있다. 휴대전화, 디지털 카메라, MP3 플레이어 등 휴대용 디지털 기기의 사용이 늘어나면서 인체를 매개체로 하는 데이터 전송 기술이 각광을 받고 있는 것이다.
최근 특허청에 따르면, 인체통신과 관련된 특허 출원은 2004년까지 한해 1건 정도에 그쳤지만 2005년에는 9건, 2006년에는 25건, 그리고 2007년 9월 현재까지 14건으로 해마다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인체통신은 사람의 팔과 다리 등 온몸을 이용해 데이터를 전송하는 기술로, 1995년 미국 MIT 랩의 T.G.짐머맨 교수가 '퍼스널 에어리어 네트워크'라는 개념을 발표하면서 본격적인 연구가 시작됐다.
2004년에는 일본 마쓰시타에서 체내를 흐르는 전류의 변화를 이용, 인체에 송수신기를 접촉시킨 뒤 0과 1을 표현하는 세계 최초의 인체통신 응용제품을 출시했다.
이듬해에는 일본 NTT가 양손만으로 10Mbps 속도를 내는 기술과 함께 시제품을 발표했다.
우리나라에서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ㆍ원장 최문기)이 2003년부터 인체통신 연구에 뛰어들어 현재 1Mbps 속도의 기술을 개발해놓은 상태다.
올 6월 '인체를 매질로 이용한 통신 장치 및 그 방법'(특허등록번호 0727817)이라는 이름으로 특허출원한 ETRI 강성원 박사팀은 "2008년 말까지는 가정에서 이용하는 초고속 인터넷 속도인 10Mbps에 도달할 것"이라면서 "장기적으로는
최고 100Mbps 속도의 인체통신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반도체시스템랩(SSL)의 유회준 교수팀도 휴대전화나 PMP 등의 데이터를 블루투스 장치 없이 사람의 피부를 통해 이어폰까지 전송하는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유 교수팀은 소비전력이 블루투스의 1/20에 불과한 5㎽, 속도는 블루투스의 2배인 2Mbps인 기술을 개발, '인체를 이용한 데이터 통신 장치 및 모듈'(특허등록번호 0725228)이라는 이름으로 특허출원했다.
KAIST측은 "피부를 전송매질로 이용하기 때문에 전화나 무선 통신과는 달리 혼선이나 도청 위험이 적다"며 "접촉만으로도 휴대용 기기에 저장돼 있는 데이터를 옮길 수 있는 것이 장점"이라고 주장했다.
그동안 인체통신 기술은 사람의 몸이 통신 케이블에 비해 높은 저항을 가지고 있어 신호전달을 위해서는 높은 소비전력이 요구되는 반면 신호 수신율은 낮고, 신호 감쇠로 전송속도가 떨어지는 문제 때문에 제품의 상용화가 어려웠다.
그러나 최근 소비전력을 낮추고, 전송속도를 높이는 기술이 속속 개발됨에 따라 상용화의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인체통신에 사용하는 전류도 사람 몸에 해가 없는 수 피코(picoㆍ1조분의 1) 암페어에 불과하다.
기술적인 문제는 어느 정도 해결했지만 아직까지 국제표준이 마련되지 않은 것은 여전히 상용화의 걸림돌로 작용한다.
이 때문에 왼손의 디지털 카메라에서 오른손의 프린터로 사진 데이터를 보낼 때 작업 환경에 따라 전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수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이 "인체통신의 상용화를 위해서는 기술보다는 국제표준이 우선"이라고 입을 모으는 것도 이 때문이다.
Posted by 정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