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의 생존 법칙에서 강자나 영리한 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닙니다. 살아남는 것은 환경에 가장 잘 적응하는 것입니다."
NHN 네이버의 이해진 창업자(현 이사회 의장)가 2003년 강연한 내용이 인터넷에서 새삼 화제를 모으고 있다. 2003년이면 네이버가 이제 막 포털의 강자로 떠오를 무렵이다.
당시 시장에는 다음, 라이코스, 야후 등 내노라하는 선두주자들이 버티고 있었지만 네이버는 '지식인'과 '네이버 뉴스' 등으로 새로운 인터넷 환경에 발빠르게 적응하면서 선두권 진입에 성공, 지난 5년간 인터넷 패권을 차지해왔다. 그런 네이버가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지난16일 인터넷 시장조사업체 코리안클릭에 따르면, 네이버는 지난달 월간 통합 검색점유율이 전달보다 0.71%포인트 하락한 73.46%를 기록했다. 이는 최근 1년간 최저치에 해당한다. 반면 다음의 통합검색 점유율은 전달보다 0.71%포인트 상승한 18.27%로 최근 1년간 최고치를 달성했다.
통합 검색점유율은 포털의 최대 수익원인 검색광고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네이버로서는 적잖은 부담을 느끼고 있다. 포털 인기의 또 다른 척도인 뉴스 페이지뷰(page view)도 4월까지는 네이버뉴스가 앞섰지만 6월 들어 다음이 11억 페이지뷰를 넘기며 3억6천만 페이지뷰 이상 네이버를 앞서고 있다.
이같은 네이버의 위기는 촛불정국에서 비롯된 측면이 강하다. 다음이 토론광장 '아고라'로 네티즌들의 목소리를 집결시키는 동안 네이버는 지나치게 소극적으로 대응하면서 화를 자초했다.
그러나 이런 표면적인 이유를 한꺼풀 벗기면 '웹 2.0'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에 적응하지 못하는 '골리앗 네이버'의 모습이 드러난다. '환경적응'으로 성장한 네이버는 아이러니하게도 공유, 참여, 개방이라는 '웹 2.0'의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지 못해 혹독한 시련을 겪고 있다.
적어도 다음이 '아고라' 등 네티즌간 소통에 나서고 있는 것과 달리 네이버는 '검색 왕국'에 스스로를 가둬놓고 있다. 네이버에게는 여전히 '검색'만이 최고의 가치다. 네이버 카페나 네이버 블로그는 소통을 위한 도구라기보다 검색을 강화하는 수단에 불과하다. 네이버가 자랑하는 '지식인'은 그 정보를 자신들의 DB에 가둬둠으로써 폐쇄성의 극단을 보여주고 있다.
"인터넷은 브랜드보다 서비스가 중요하다. 인터넷은 주소를 한번 치면 되니까(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외국에서도 유명한 인터넷 브랜드는 마케팅이 아니라 구전 효과로 성공했다."
이해진 창업자의 3년 전 '포털론'은 이제 부메랑이 되어 자신에게 돌아오고 있다. 네이버 브랜드의 핵심인 '검색'을 고수하기 위해 웹 2.0 시대의 '소통'을 거부하는 거대 공룡, 이것이 네이버의 진짜 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