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규모 17조9429억원의 KT와 10조3000억원의 CJ가 방송과 통신이 결합하는 방통융합 시대의 신 라이벌로 급부상하고 있다.

KT는 통신사에서 IPTV를 기반으로 한 미디어 기업으로, CJ는 CJ헬로비전과 CJ미디어 등의 자회사를 앞세운 미디어 기업으로 성장하면서 양사간 라이벌 구도가 더욱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두 라이벌의 충돌은 이미 여러 차례 있어왔다. 2008년 1월1일 0시, CJ미디어의 엔터테인먼트 전문채널 TVN은 KT가 대주주인 위성TV 스카이라이프의 송출을 전격 중단했다.

TVN은 "위성 판권이 부담이 되는데다 송출료를 받지 못한 채 송출을 더 이상 지속할 수 없다"고 밝혔으나 '온리 케이블(only cable)' 전략을 펼치고 있는 CJ미디어가 콘텐츠를 무기로 스카이라이프에 압박을 가한 사건이었다. 팽팽했던 양측의 갈등은 지난 5월26일 방송통신위원회의 중재로 일단락됐으나 아직도 앙금이 남아 있어서 가시 돋힌 말들이 오가고 있다.

앞서 2007년 10월에는 CJ미디어가 주축이 된 PP(방송채널사용사업자) 협의회가 스카이라이프의 위성중계에 대해 딴죽을 걸기도 했다. 위성 방송 출범시 PP에게 위성사용료를 지불토록 한 것이 부당하다며 구 방송위원회에 읍소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 논란도 사실은 KT를 겨냥한 측면이 강하다.

스카이라이프는 2002년 위성방송을 시작하면서 대주주인 KT의 무궁화위성을 이용했는데, PP들은 이것을 걸고 넘어졌다. 이들은 "무궁화위성보다 30~40% 저렴한 위성을 쓰면 위성사용료를 덜 내도 될 텐데, 왜 무궁화위성을 고집하느냐"며 스카이라이프를 압박했다. 이때도 정부는 "위성 사업이 국가적 프로젝트인 만큼 조금 비싸더라도 국내 위성을 사용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며 PP들을 다독여 간신히 봉합됐다는 후문이다.
 
지금까지 대리전 양상으로 펼쳐지던 KT와 CJ간 라이벌전은 그러나 IPTV(인터넷TV) 시대가 열리면서 본게임에 돌입한 형국이다. KT는 통신시장에서의 영향력을 앞세워 IPTV라는 차세대 미디어까지 장악할 태세이지만 콘텐츠 확보가 여의치 않다.

광고수익에 의존하는 PP들이 1400만 가구에 공급되는 케이블TV 대신 이제 겨우 70만 가입자를 확보한 KT와 손을 잡기는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SO들이 채널권을 무기삼아 PP들의 IPTV 진출을 저지하는 상황에서, CJ미디어라는 PP와 CJ헬로비전이라는 SO를 동시에 갖고 있는 CJ는 KT에게는 눈엣가시일 수밖에 없다.

방통위가 IPTV에 이어 케이블TV의 대기업 참여 및 종합편성과 보도전문 방송 참여 제한선을 기존 3조원에서 10조원으로 상향 조정할 예정인 것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렇게 되면 CJ는 CJ투자증권과 CJ자산운용 매각 완료와 동시에 종합편성 사업자로 나설 수 있다.

그간의 방송제작 경험을 앞세운다면 CJ는 이내 유료 방송시장에서 상당한 파괴력을 발휘할 것이다. KT가 CJ를 경계하는 진짜 이유다.

콘텐츠 확보가 시급한 KT의 깜짝카드로 CJ미디어의 라이벌인 온미디어 인수가 거론되지만 양측 모두 부인하고 있다. 그러나 KT가 실제로 온미디어를 껴안는다면 KT와 CJ의 경쟁구도는 더욱 부각될 수밖에 없다. KT와 CJ, CJ와 KT의 라이벌전이 어떻게 펼쳐질지 흥미롭게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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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정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