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강국의 위상을 높이고 개발도상국에 디지털 기술을 전수하기 위한 해외인터넷청년봉사단이 올해로 7년째를 맞았다. 이번 8기 청년봉사단은 7월5일 발대식을 갖고 8월초부터 팀별 봉사 지역으로 날아가 지금 한창 활동을 펼치고 있다. PC사랑 8월호는 해외인터넷청년봉사단 선발전에서 1위를 차지한 이코 사와를 만나 여러 가지 얘기를 들어보았다.
8월 2일 아프리카 부룬디로 IT 봉사 활동을 떠나는 신현석씨의 목소리에는 잔뜩 힘이 실려 있었다. 여름 방학 동안 남들처럼 토익 공부나 취업 준비를 할 수는 없지만 그보다 값진 경험을 할 것이라는 기대감에 조금은 상기된 표정이었다.
신현석, 신이진, 이의혁, 문은숙씨(사진 오른쪽부터)에게 검은 대륙 아프리카는 미지의 땅이자 도전의 무대다. 바로 그곳에 IT 강국의 위상을 알리고자, 한국 젊은이의 꿈과 열정을 전하고자, 이들은 ‘이코 사와’(Iko Sawa)라는 이름으로 뭉쳤다.
지난 7월 5일 서울 광화문에서는 개발도상국에 한국의 IT 기술을 전파하는 ‘해외인터넷청년봉사단’ 발대식이 성황리에 열렸다. 이 자리에는 이코 사와를 비롯해 아시아, 중동, 중남미, 아프리카 등 세계 36개국에서 한 달간 IT 홍보대사로 활약할 74개 팀 296명이 한데 모여 민간 외교관으로서 최선을 다할 것을 선서했다.
“74개 팀이 모여 파이팅을 외치는 순간 한국을 대표하는 민간 외교관이 되었다는 사실이 비로소 실감나면서 어깨가 무거워졌다. 현지인들에게 정보화 교육을 실시하고 한국의 전통 문화를 알리는 일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를 다지는 뜻깊은 자리였다.”
발대식을 회상하는 현석씨의 얼굴이 약간 상기되었다. ‘민간 외교관’이라는 타이틀에서 벅찬 자부심과 기쁨을 느끼는 모양이었다. 이코 사와를 만난 것은 장맛비가 촉촉이 내리던 7월 중순. 2주 후면 이들은 그토록 꿈꾸던 도전의 땅으로 날아갈 것이다. 화제는 이내 해외인터넷청년봉사단으로 옮겨갔다.
해외인터넷청년봉사단은 지난 2001년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세안+3 정상회의’에서 한국이 개발도상국의 정보격차 해소를 위해 제안한 사업이다. 지금까지 우리나라는 이 사업을 통해 1천650여 명을 60여 개 국가에 파견해 IT 강국을 알리는 성과를 거뒀다.
올해 8기 봉사단은 네팔과 몽골 등 아시아 12개 국, 과테말라와 칠레 등 중남미 6개국, 나이지리아와 세네갈 등 아프리카 10개 국에서 IT 교육과 한국홍보 활동을 펼친다. 이 가운데 이코 사와 팀이 방문할 나라는 아프리카의 부룬디다.
“인터넷에서도 부룬디에 대한 정보를 찾기가 어렵다. 그만큼 부룬디는 우리에게 낯선 땅이다.”
은숙씨의 말을 현석씨가 넘겨받았다.
“팀원마다 가고 싶은 나라가 달랐지만 부룬디는 팀장으로서 내가 고집을 부렸다. 어차피 도전하기 위해 떠나는 길이다. 이왕이면 아무도 밟지 않은 땅을 가는 게 낫다고 설득했다.”
두 살 어린 이진씨만 빼면 나머지 3명은 26살 동갑내기다. 꿈과 희망이 같은데 통하지 않을 게 무엇인가. 한국외대에서 아프리카어를 전공하는 신현석씨, 전문통역사로 활동 중인 문은숙씨, 한양대에서 컴퓨터를 전공하는 이의혁씨, 서울산업대에서 역시 컴퓨터를 전공하는 신이진씨. ‘낯선 땅이어서 더욱 의미 있는’ 부룬디는 그렇게 그들에게 운명처럼 다가왔다.
“취업 걱정보다는 백번 의미 있는 일”
이코 사와 팀이 꾸려진 것은 지난 5월 초. 대학 4학년이면 취업 준비 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쁠 때지만 현석씨는 8기 해외인터넷청년봉사단에 꼭 합류하고 싶었다. 학생 신분으로는 마지막이 될 이번 기회를 죽어도 놓치고 싶지 않았다. 결심이 서자 서둘러 팀을 꾸리기 시작했다.
현석씨는 그때 막 제대한 동생에게 제안을 했고 ‘특별한 사회복귀식’이라는 생각에 이진씨도 선뜻 받아들였다. 의혁씨는 친구를 통해 소개받았다. 현석씨처럼 졸업반인 의혁씨는 “처음에는 조금 망설였지만 남들처럼 취업 걱정이나 하는 것보다는 백 번 의미 있는 일”이라는 생각에 흔쾌히 동의했다.
은숙씨는 인터넷 봉사 활동 사이트를 통해 알게 되었다. 평소 아프리카로 봉사 활동을 가고 싶었지만 졸업생이어서 기회가 없었던 은숙씨는 ”인터넷청년봉사단은 나이 제한이 없다“는 말을 듣고는 두 말 없이 따라나섰다.
팀이 꾸려지자 팀명도 이내 정해졌다. 이코 사와(Iko Sawa)는 동아프리카 Swahili어로 ‘It's OK’라는 뜻이다. “긍정적인 마음으로 부룬디 현지인들에게 친구가 되겠다”는 의미를 갖고 있단다.
정통부가 주관하는 해외인터넷청년봉사단은 해마다 1차 서류, 2차 면접을 거쳐 최종 팀을 선발한다. 현석씨는 지원동기, 수업계획 등 정통부에 제출할 1차 서류를 작성하면서 인적파워를 유달리 강조했다. 의혁씨를 소개할 때는 “컴퓨터 교육학을 전공 중이고 앞으로 컴퓨터 선생님이 되어 학생들을 가르칠 인재”라고 자랑했다.
이진씨에 관해서는 “군대에서 CBT(computer based training) 교육을 해온 경험을 살려 부룬디에 CBT 자료를 구축하고 그들 스스로 교육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불어를 쓰는 부룬디에서 통역을 담당할 은숙씨는 ‘풍부한 NGO 경험’이 장점이었다.
마지막으로 자신에 대해서는 아프리카 문화 원정 탐험 대장을 맡아 ‘KBS 세상은 넓다 - 60일간의 아프리카 종단기’를 기획, 촬영했고 정부 간 교류 프로그램 학생 대표로 아프리카 수단, 사하라 사막을 방문한 경험을 내세웠다.
현석씨는 “서류 심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팀이 얼마나 잘 조직되어 있는지, 개개인의 역량이 얼마나 뛰어난지를 적극적으로 알리는 일”이라고 귀띔했다. 덕분에 이들은 서류 심사를 1등으로 통과했다. 2차 면접서도 최고 점수를 받았다.
“300여 개 팀을 하루에 면접을 해야 하니 각 팀당 인터뷰 시간이 5분밖에 없었다. 이 5분을 위해 우리는 24시간을 준비했다. 예상 질문지를 만들어 밤새 묻고 답하기를 우리끼리 연습했다.”
10대 1 경쟁 뚫고 당당히 선발
면접 당일 날 팀원들은 어떤 질문에도 당황하지 않고 자신 있게 대답했다. 그런 당당함이 면접관들을 만족시켰다. 현석씨는 “2차 면접은 시간이 모자라서 깊이 있는 토론이 불가능했다.
결국은 얼마나 자신 있게 자기 의견을 밝히느냐가 중요했다”면서 ‘자신감’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1차 서류도, 2차 면접도 나이답지 않은 치밀함이 좋은 결과를 가져왔다. 그만큼 봉사단에 뽑혀야 한다는 의지가 강했던 것이다.
10대 1의 경쟁을 뚫고 마침내 뜻을 이룬 이들은 부룬디에서 NGO 학생들을 가르치기로 되어 있다. 커리큐럼은 이미 정해놓았다. 1주차에는 네트워크와 포토샵 기초를, 2주차에는 포토샵 중급 과정과 홈페이지 제작 기초를, 마지막 3주차에는 홈페이지 제작 기술을 가르친다.
“부룬디에서 인터넷 운영에 관심을 보여 커리큐럼을 홈페이지 제작 중심으로 짰다. 하지만 우리는 한국을 대표하는 외교 사절단이다. 한글을 배우고 제기차기와 같은 문화를 접할 수 있는 수업도 준비해 놓았다.”
그러나 이들이 무엇보다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그들과 진정한 친구가 되는 일”이다. 비록 IT 기술을 가르치러 아프리카를 찾아가지만 혹시나 이런 자신들이 거만하게 비칠까봐 꽤나 조심스럽다.
그래서일까. “IT를 통해 개인과 개인, 개인과 단체, 국가와 국가는 공동체가 되고 있다. 우리는 IT 기술을 통해 부룬디와 한국이 진정한 친구가 되기를 바란다”는 현석씨의 말이 더 없이 야무지게 들린다. 인터넷청년봉사단의 열혈 청춘 4명이 아프리카 부룬디에서 어떤 꿈을 펼쳐나갈지, 그들의 도전이 한없이 부럽기만 하다.